잡담/생각들

하나님의 집을 인테리어하기

에멀전 2021. 8. 14. 18:49

공간을 준비하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글들을 조금씩 엿보게 된다. 글을 보면서, 또 공간을 준비하면서 내가 내린 인테리어의 정의는 이렇다. 전하고자 하는 가치, 함께 경험했으면 하는 가치들을 공간적인 요소로 표현하는 것. 

많은 인테리어들이 컨셉의 부재로 실패한다. 이것저것, 좋아보이는걸 모조리 때려박다보면 인테리어는 실패하게 되어있다. 중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소음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런저런 곳에서 따온 소음은 정작 전해져야할 음성을 묻어버린다. 이 공간을 통해 전하고자하는 게 명료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모든 요소들이 한가지 지향점을 바라봐야한다.

때문에 인테리어를 하고자하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건 이 지향점이 얼마나 명료한지, 또 이 지향점에 대해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있느냐이다. 여기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들의 종류’, ‘시공 가능한 시공법들’과 같은 다양한 레퍼런스들이 더해져서 통일된 하나의 공간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통일된 하나의 메시지를 지닌 공간이 잉태되었을 때, 이 공간을 향유하는 모든 사람들은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사람들이 랜드마크를 찾고, 그 곳에서 특별하면서도 공통된 감상을 갖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모든 공간은 그 주인의 삶으로부터, 정신으로부터 흘러나온다. 그렇게 채워진다.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오롯이 그 주인의 정신으로 채워낸 공간이야말로 좋은 공간이고, 그 정신을 탁월하고 명료한 기술로 표현하는 기술자야말로 탁월한 기술자일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정신들이 흐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은 정신들도 서로 제각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지점에서 헤멘다. 저 사람이 하는 이야기도 좋아보이고, 저 영화가 하는 이야기도 그럴싸해보인다. 그렇게 삶을 잡다한 것들, 얕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좋아보이는 것들로 채워넣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럴싸해보이지만, 아는 사람들은 통일성없는 카피캣이라는 사실을 대번에 알아차린다. 

나의 삶은 무엇으로 채워져있을까, 나의 시간, 내가 점유하고 있는 장소, 나의 행동 하나하나 분의 생각들로 채워져가고 있을까, 아니면 세상의 소란스런 소음들로 채워져 있을까. 하나님의 집이다. 땅의 주인이신 당신의 정신으로 나를 채워가길 기도해본다.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면 하나님이 그 사람을 멸하시리라 하나님의 성전은 거룩하니 너희도 그러하니라

고린도전서 3: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