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5

목사가 풀어보는 파묘 리뷰(Exhuma 2024)

1.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영화가 사용하고 있는 장치, 특히 오컬트 장르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의 관계 입니다. 영화의 주요한 테마를 이루고 있는 무속의 역할을 김고은이 말하고 있는데,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이라고 하죠. 사실 파묘라는 제목 자체가 그렇습니다. 감추어져 있던 것을 끄집어내는 이야기입니다. 보이는 세계의 문제가 보이지 않는 세계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걸 알려줍니다. 영화는 마치 반일주의적 영화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영화의 드러나보이는 세계일 뿐 그보다 중요한건 그 너머의 이야기입니다. 영화가 줄곧 묻는 바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입니다. 영화의 도입부, LA로 가는 김고은은 자신에게 일본어로 물어오는 스튜어디스에게 일..

리뷰/영화 2024.03.26

신학도의 미션 임파서블 7 후기, Mission Impossible Dead Reckoning Review

엊그제 MI7.1을 봤습니다. 심야로 봐서 상당히 몽롱했던데다가 영어로 봐서 놓친 대사도 많긴한데, 대략적으로는 감독이 신학적인 이해가 상당히 깊은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몇가지 포인트들을 짚어봅니다. 1. 엔티티, 첨단기술의 종교화 MI7.1에서 엔티티는 신적인 존재로 자리합니다. 엔티티의 대리자로 등장하는 빌런의 이름이 "가브리엘"이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하죠. 신과 그의 메신저의 관계가 엔티티와 가브리엘의 관계와 겹칩니다. 과거에야 절대적인 영역을 담당하는게 기독교를 위시한 종교적 아젠다였지만, 오늘날은 사실 기독교가 세상의 절대정신이라고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오늘날의 절대정신은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을 조작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죠. 첨단기술은 단순히 사상이 아니기에 더 실제적입니다. 특히..

리뷰/영화 2023.07.17

현실에 머무르기, 인내하기 / 사도행전 1장 4-5절

Acts 1:4 καὶ συναλιζόμενος παρήγγειλεν αὐτοῖς ἀπὸ Ἱεροσολύμων μὴ χωρίζεσθαι ἀλλὰ περιμένειν τὴν ἐπαγγελίαν τοῦ πατρὸς ἣν ἠκούσατέ μου, Acts 1:5 ὅτι Ἰωάννης μὲν ἐβάπτισεν ὕδατι, ὑμεῖς δὲ ἐν πνεύματι βαπτισθήσεσθε ἁγίῳ οὐ μετὰ πολλὰς ταύτας ἡμέρας 예수님의 부활을 경험한 뒤에 제자들은 성경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눅 24:27, 45) 경험한 바에 의해 개인의 관점이 빚어지고, 빚어진 관점에 따라 같은 텍스트라도 다르게 보인다. 그..

리뷰/성경 2023.06.20

남을 깨끗하게 보아주기, 디도서 1:15-16

깨끗한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깨끗하나 더럽고 믿지 아니하는 자들에게는 아무 것도 깨끗한 것이 없고 오직 그들의 마음과 양심이 더러운지라 그들이 하나님을 시인하나 행위로는 부인하니 가증한 자요 복종하지 아니하는 자요 모든 선한 일을 버리는 자니 (딛 1:15-16) 나와 다른 것을 만날 때, 우리는 거리를 둔다. 더러울 것이라는 오해. 더럽다는건 위험함을 의미한다. 다른 것은 위험하다. 내면과 외면이 다른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더러운 내면 너머에 쓰고 있는 깨끗해보이는 가면. 그러나 순수한 가면 너머의 깊은 심연은 너무나 위험하다. 마치 무해해 보이는 가면을 쓰고, 애써 내면을 숨긴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무해함과 다르게 나의 내면은 위험하기 때문에 나의 내면과 닮은 타자의 모습을 볼 때 우리는 본능적..

리뷰/성경 2023.06.01

진짜 왕에게 순종하기_사무엘하 24:24-25_5.31

왕이 아라우나에게 이르되 그렇지 아니하다 내가 값을 주고 네게서 사리라 값 없이는 내 하나님 여호와께 번제를 드리지 아니하리라 하고 다윗이 은 오십 세겔로 타작 마당과 소를 사고 그 곳에서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을 쌓고 번제와 화목제를 드렸더니 이에 여호와께서 그 땅을 위한 기도를 들으시매 이스라엘에게 내리는 재앙이 그쳤더라 (삼하 24:24-25) 대상 21:25에서는 다윗이 금 육백 세겔에 오르난의 타작마당을 사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사무엘서에서는 타작마당만의 가격을, 역대상에서는 타작마당을 두르고 있는 모리아산 전체의 가격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다윗이 구매한 것은 오르난의 타작마당 그 자체만이 아니라 모리아산 전체였다. 모리아산은 이후에 성전 건축(대하 3:1)과 연결된다. 유대인들..

리뷰/성경 2023.06.01

우리의 성장은 우리의 구원[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후기]

첫 씬은 크립을 부르며 등장하는 로켓, 영화의 주제는 명확하다. 마지막 사운드트랙 Do you Realize와의 대비를 이루는 소외된 괴짜의 회복 이야기다. 사람들은 완벽한 세상을 원한다. 그러나 그 완벽한 세상에 대한 정의는 모두 다르고, 완벽한 세상이 가져올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애써 무시한다. 어떤 세상이 완벽한 세상일까? 각자의 기준이 있을테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존재들이 없는 세상이 완벽한 세상일 것이다. 무엇이 기준이 될까? 다양하다. 그러나 명확하게 이야기하면, 개인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필터링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돈이 그에게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면, 그런 사람에겐 천국이란 돈이 부족하지 않은 세상일 것이다. 다시 말해, 돈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탈락하는 그런..

리뷰/영화 2023.05.13

[드라마]우영우 9화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꾸준히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무엇이 정의인지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번화의 포인트는 누구나 정의가 무엇인지는 알지만, 그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분들의 지적처럼 굉장히 판타지 같은 설정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구교환 같은 캐릭터, 그러니까 사회 일반과는 다른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분위기가 더 문제라 생각합니다. 구교환씨의 캐릭터가 현실적이지 않은 사회라면, 그 사회는 그만큼이나 경직되어 있는 사회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구교환씨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드라마가 제시하는 이야기들은 누구나에게 설득력이 있거든요. 누구나 그렇게 사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직된 사회는 그렇게 살지 ..

리뷰/영화 2022.07.28

먼저 자기 자신과 화해하세요, 오은영의 화해

#오은영의화해 “세상에는 정말 많은 ‘해야 한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연령별로 모두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 ‘해야 한다’를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왠지 대열에서 낙오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자꾸 조급해집니다. 더 열심히 더 잘하기 위해서 나를, 주변 사람을 채찍질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해야 한다’가 죄책감까지 자극하는 것이 바로 육아에요. 이걸 못하면 아이가 잘못될 것 같고,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는 것 같아서 불안해집니다.” 오은영, 오은영의 화해 세상에는 수많은 ‘해야할 것’들이 있다. 그 나이라면 수학은 이정도 해야하고, 영어는 이정도 해야한다. 고등학생이라면 모름지기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 힘써야하고, 대학생은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적어도 인스타그..

리뷰/책 2022.03.24

세상에 생명을 주는 신학, 미로슬라프 볼프

#세상에생명을주는신학 . 곧잘 신학을 세상을 바라볼 때,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모든 것의 중심이 된다는 오만함이나, 세상으로부터 아무런 쓸모가 없는, 의미가 없어보이는, 열등감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요 책은 신학자들과 신앙인들이 오만과 열등을 벗어나 어떤 스탠스로 세상을 향해 서야하는지를 힘차게 강론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여전히 요원해보이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스탠스로 세상을 향해 서게 된다면, 각자의 영역에서 어느정도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게 되고 서서히 빚어가게 되리라 생각한다. . “신학이 다루는 문제는 오직 한 가지, 즉 하나님이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위한 신학자들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존엄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고뇌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소망이..

리뷰/책 2022.03.16

그 해 우리는, 그리고 아가페적 사랑

매 주일 저녁은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보는 경건한 시간을 갖습니다. 최근에는 ‘그 해 우리는’을 한창 즐겨보았습니다. 최웅, 국연수가 빚어내는 사랑 이야기는 사랑에 서툰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설렘을 잘 전해주더라구요. 연애의 높낮이가 주는 달콤함과 가슴아픔을 따라가며 작품을 즐기기를 몇 달여, 지난주에 드디어 ‘그 해 우리는’을 마쳤습니다. . 드라마는 최웅(최우식 분), 국연수(김다미 분) 커플의 단짠 로맨스를 큰 줄기로 진행됩니다. 덕분에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지나버린 연애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함께 보던 아내가 “오빠도 그 언니랑 저랬어?”라며 강제로 상기시켜주곤 했습니다) . 주연 커플의 연기나 이야기의 전개가 훌륭했으며, 이야기 또한 뻔한 듯 뻔하지 않았기에 드라마는 러브스토리라는 장르적인 역..

리뷰/영화 202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