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8

목사가 풀어보는 파묘 리뷰(Exhuma 2024)

1.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영화가 사용하고 있는 장치, 특히 오컬트 장르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의 관계 입니다. 영화의 주요한 테마를 이루고 있는 무속의 역할을 김고은이 말하고 있는데,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이라고 하죠. 사실 파묘라는 제목 자체가 그렇습니다. 감추어져 있던 것을 끄집어내는 이야기입니다. 보이는 세계의 문제가 보이지 않는 세계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걸 알려줍니다. 영화는 마치 반일주의적 영화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영화의 드러나보이는 세계일 뿐 그보다 중요한건 그 너머의 이야기입니다. 영화가 줄곧 묻는 바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입니다. 영화의 도입부, LA로 가는 김고은은 자신에게 일본어로 물어오는 스튜어디스에게 일..

리뷰/영화 2024.03.26

신학도의 미션 임파서블 7 후기, Mission Impossible Dead Reckoning Review

엊그제 MI7.1을 봤습니다. 심야로 봐서 상당히 몽롱했던데다가 영어로 봐서 놓친 대사도 많긴한데, 대략적으로는 감독이 신학적인 이해가 상당히 깊은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몇가지 포인트들을 짚어봅니다. 1. 엔티티, 첨단기술의 종교화 MI7.1에서 엔티티는 신적인 존재로 자리합니다. 엔티티의 대리자로 등장하는 빌런의 이름이 "가브리엘"이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하죠. 신과 그의 메신저의 관계가 엔티티와 가브리엘의 관계와 겹칩니다. 과거에야 절대적인 영역을 담당하는게 기독교를 위시한 종교적 아젠다였지만, 오늘날은 사실 기독교가 세상의 절대정신이라고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오늘날의 절대정신은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을 조작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죠. 첨단기술은 단순히 사상이 아니기에 더 실제적입니다. 특히..

리뷰/영화 2023.07.17

우리의 성장은 우리의 구원[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후기]

첫 씬은 크립을 부르며 등장하는 로켓, 영화의 주제는 명확하다. 마지막 사운드트랙 Do you Realize와의 대비를 이루는 소외된 괴짜의 회복 이야기다. 사람들은 완벽한 세상을 원한다. 그러나 그 완벽한 세상에 대한 정의는 모두 다르고, 완벽한 세상이 가져올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애써 무시한다. 어떤 세상이 완벽한 세상일까? 각자의 기준이 있을테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존재들이 없는 세상이 완벽한 세상일 것이다. 무엇이 기준이 될까? 다양하다. 그러나 명확하게 이야기하면, 개인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필터링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돈이 그에게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면, 그런 사람에겐 천국이란 돈이 부족하지 않은 세상일 것이다. 다시 말해, 돈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탈락하는 그런..

리뷰/영화 2023.05.13

[드라마]우영우 9화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꾸준히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무엇이 정의인지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번화의 포인트는 누구나 정의가 무엇인지는 알지만, 그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분들의 지적처럼 굉장히 판타지 같은 설정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구교환 같은 캐릭터, 그러니까 사회 일반과는 다른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분위기가 더 문제라 생각합니다. 구교환씨의 캐릭터가 현실적이지 않은 사회라면, 그 사회는 그만큼이나 경직되어 있는 사회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구교환씨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드라마가 제시하는 이야기들은 누구나에게 설득력이 있거든요. 누구나 그렇게 사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직된 사회는 그렇게 살지 ..

리뷰/영화 2022.07.28

그 해 우리는, 그리고 아가페적 사랑

매 주일 저녁은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보는 경건한 시간을 갖습니다. 최근에는 ‘그 해 우리는’을 한창 즐겨보았습니다. 최웅, 국연수가 빚어내는 사랑 이야기는 사랑에 서툰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설렘을 잘 전해주더라구요. 연애의 높낮이가 주는 달콤함과 가슴아픔을 따라가며 작품을 즐기기를 몇 달여, 지난주에 드디어 ‘그 해 우리는’을 마쳤습니다. . 드라마는 최웅(최우식 분), 국연수(김다미 분) 커플의 단짠 로맨스를 큰 줄기로 진행됩니다. 덕분에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지나버린 연애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함께 보던 아내가 “오빠도 그 언니랑 저랬어?”라며 강제로 상기시켜주곤 했습니다) . 주연 커플의 연기나 이야기의 전개가 훌륭했으며, 이야기 또한 뻔한 듯 뻔하지 않았기에 드라마는 러브스토리라는 장르적인 역..

리뷰/영화 2022.02.10

신학도가 본 '지옥' 후기

원진아 배우를 좋아합니다. 안그래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원진아 배우 덕분에 챙겨보게되었네요. 토요일에 첫 3부를 보고 어제 달려서 지옥 마무리 했습니다. 신학도로써 지옥과 구원은 전공과목이라 흥미롭게 봤습니다. 종교에 대한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종교에 대해 느낄만한 지점들을 건드려본 드라마이지 않나 싶습니다. - 새진리회 새진리회가 개신교에서(좀 더 정확히는 개신교 이단에서) 모티브를 땄지만, 개신교는 아닙니다. 그러나 개신교에도 있고, 불교에도 있고, 천주교에도 있는 그 어떤 '종교성'으로 요약할 수는 있겠습니다. 이 종교성이라는건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 "세상/개인은 무엇으로 진보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이 모두 종교성을 띕니다. 삶의 의미는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며, 과학이 설명하..

리뷰/영화 2021.11.23

신학도의 이터널스 후기

마블의 새로운 영화 이터널스가 개봉했습니다. 지금껏 기독교의 모티브들이나 이야기들을 상당히 차용해온 마블이었기 때문에 이번 이터널스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이터널스는 이전의 마블 캐릭터들과는 달리, 영원한 존재 신적인 존재 또 지구의 시작과 종말을 다루다보니 당연하게도 성경 이야기에 대한 차용이 많았습니다. 물론 기독교적인 내용만을 가져온건 아니고 다른 신화적 존재들이나 개념들도 섞어내고자 노력한 부분이 여실히 드러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다소 난잡한 작품이 된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네요. 다양한 종교관을 한 작품으로 섞어내려하고 여기에 현재의 PC까지 넣으려니까... 과부하가 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품이 워낙 중구난방이라 리뷰 역시도 난잡해지기 쉬울 것 같아 몇가지 주제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려합니다...

리뷰/영화 2021.11.10

예정론과 닥터스트레인지

기독교에는 예정론이라는 재미있는 개념이 있습니다. "너의 이름은"에 등장하는 운명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좁게 해석하면, "구원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정해져있다." 정도로이지만, 넓게 해석하면 "세상의 모든 것은 이미 결정되어있다. 심지어 너가 이 글을 볼 것이라는 것까지"라고 말해집니다. 바로 이 예정론이 교파들간의 가장 큰 차이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이 전지전능하다는 관점에서 이해한다면 "신"은 모든 것을(미래의 일이나 인간의 행동) 아는 존재여야합니다. 그 말은 인간의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 경우 "죄"와 "구원의 탈락"에 대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미 결정된 세계를 살아가는 개인의 "죄"는 어떻게 증명될 수 있느냐, 또 그 "죄"를 어떻게 물을 수 있느냐는 "공평함"의 문제가 발생..

리뷰/영화 2021.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