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자연 속에서 오롯이 사유에 깊이 잠기는 것이야 말로 내가 바라던 휴식이다. 울리는 알림들과 눈을 시리게 하는 화면을 보는 일 말고, 공백에 놓여진 활자들을 통해 작가와의 깊은 대화 속으로 들어가는 건 언제나 즐거운 경험이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나 여행을 갈 때마다 늘 책을 가져가곤 했다. 책이 주는 만족감과 회복력은 특별한 영감을 불어넣어 주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들어 책방에 관심이 많이 간다. 요즘의 책방은 단순 책을 구매하는 장소가 아니라 일종의 신전과 같이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한다. 서점, 혹은 도서관. 교보나 영풍문고 같은 대형 서점도 좋지만, 믿음문고나 밤의서점 같이 마음을 사로잡는 작은 서점들이 참 좋다. 뭐랄까, 주인장의 취향이 반영된 책들을 보면서 한 개인의 생각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어느 공간에 가든, 그 곳에 꽂힌 책을 보면 그제야 가게의 철학이 보이면서 모든게 새롭게 보일 때가 있다. 고민이 뭉쳐있는 공간은 어느 곳이든 머물만하다. 예쁘고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는 카페도 참 좋지만, 그만큼이나 책이 있는 카페를 좋아한다. 책내음과 함께 좋은 커피내음으로 휩싸여 글 속으로 빠져드는 경험은 해본 사람만 안다.
강화에도 이런 서점들이 몇 있다. 게스트하우스 시점을 비롯해, 딸기책방, 유명한 책방국자와 주걱 등, 아예 강화로 북스테이를 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더라. 그 중에 오늘 가본 바람숲 그림책 도서관은 단연 최고였다. 의외의 곳에 세련된 외관을 갖춘 이 공간은 아이들의 천국이었다. 아이들이 너무도 좋아할만한 그런 그림책 도서관이다.
물론 그림책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단순 아이들만은 아니다. 어른들에게도 그림책의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내용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픽사나 디지니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느끼는건데, 이런류의 제대로된 이야기들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청년, 어른들에게도, 나아가서는 시대와 무관하게 영향력이 있다. 인간의 본질, 세상의 본질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의 관장님은 공공도서관들을 운영하시던 그림책 작가셨다. 그래서인지, 그림책의 선정이나 분류도 인상적이었다. 또 시골에 있는 곳이니만큼 그저 그런 책들만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내실은 그 이상이었다. 우리가 와 있던 동안 찾아온 아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너무도 밝았다. 자기 마음대로 책을 고르고 책을 꺼내 그 세계 속에 들어가 자신만의 마을을 짓는 놀이는 어떤 놀이보다 즐거울테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시간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빌딩과 콘크리트에 갇혀 책을 읽는 행위는 생존을 떠오르게 한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에 사로잡혀 책을 읽는 행위는 세상을 누림과 더 가까울것이다. 아이들은 이런 특별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긍정하게 되고, 스스로 변화시켜나갈 수 있다는 가치관이 자연스레 자리잡히게 된다.
모쪼록 상업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런 공간이었다. 물론 그래서 운영이 마냥 쉽지는 않다고 관장님은 말씀하시지만, 스스로가 꿈꿔온 세상을 만들어내고 이웃을 초대하는 모습 속에는 그러한 경제적 어려움 마저도 일종의 즐거움이라 여기는 모습이 엿보였다. 오래갔으면 좋겠다. 관장님 이야기처럼 100년, 아니 그 이상 이 공간이 존재하여 메마른 대한민국의 거대한 오아시스가 되길 소망해본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덕진로 160 덕진로 159번길 66-34
#코로나기간동안 예약을 통해 운영되니 미리 알아보고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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