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5

신학도가 본 '지옥' 후기

원진아 배우를 좋아합니다. 안그래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원진아 배우 덕분에 챙겨보게되었네요. 토요일에 첫 3부를 보고 어제 달려서 지옥 마무리 했습니다. 신학도로써 지옥과 구원은 전공과목이라 흥미롭게 봤습니다. 종교에 대한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종교에 대해 느낄만한 지점들을 건드려본 드라마이지 않나 싶습니다. - 새진리회 새진리회가 개신교에서(좀 더 정확히는 개신교 이단에서) 모티브를 땄지만, 개신교는 아닙니다. 그러나 개신교에도 있고, 불교에도 있고, 천주교에도 있는 그 어떤 '종교성'으로 요약할 수는 있겠습니다. 이 종교성이라는건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 "세상/개인은 무엇으로 진보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이 모두 종교성을 띕니다. 삶의 의미는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며, 과학이 설명하..

리뷰/영화 2021.11.23

신학도의 이터널스 후기

마블의 새로운 영화 이터널스가 개봉했습니다. 지금껏 기독교의 모티브들이나 이야기들을 상당히 차용해온 마블이었기 때문에 이번 이터널스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이터널스는 이전의 마블 캐릭터들과는 달리, 영원한 존재 신적인 존재 또 지구의 시작과 종말을 다루다보니 당연하게도 성경 이야기에 대한 차용이 많았습니다. 물론 기독교적인 내용만을 가져온건 아니고 다른 신화적 존재들이나 개념들도 섞어내고자 노력한 부분이 여실히 드러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다소 난잡한 작품이 된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네요. 다양한 종교관을 한 작품으로 섞어내려하고 여기에 현재의 PC까지 넣으려니까... 과부하가 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품이 워낙 중구난방이라 리뷰 역시도 난잡해지기 쉬울 것 같아 몇가지 주제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려합니다...

리뷰/영화 2021.11.10

달러구트 꿈백화점 2 짧은 후기

... 당시엔 쓰라리게만 느껴졌던 경험들이, 이제 와 돌이켜보면 남자의 행태를 다른 사람과 다른 모양으로 잡아나가는 밑 작업이었다. 남자는 부딪혀서 깨지고 갈려 나가더라도 그 밑에 남는 조각이 결국에는 어떤 모양으로 완성될지 꼭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힘껏 부딪혀 보는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남자에게 필요한 주문은 딱 하나였다.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니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나'를 구성하는건 무엇일까. 유전자일까 교육일까. 달러구트 꿈백화점은 추억이라고 답한다.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추억들이 곧 지금의 나를 형성한다고. 어떤 경험이든 그 경험의 시기에 따라 강렬하게 남기도, 혹은 아무렇지 않기도하다. 이건 마치 백신처럼 면역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나이가 들 수록 쌓여가는 추..

리뷰/책 2021.08.24

누가 대신해서 하나님의 집을 지어줄 수는 없다(창세기 16:1-16, 하갈이야기)

아브람의 아내 사래는 출산하지 못하였고 그에게 한 여종이 있으니 애굽 사람이요 이름은 하갈이라 사래가 아브람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내 출산을 허락하지 아니하셨으니 원하건대 내 여종에게 들어가라 내가 혹 그로 말미암아 자녀를 얻을까 하노라 하매 아브람이 사래의 말을 들으니라 아브람의 아내 사래가 그 여종 애굽 사람 하갈을 데려다가 그 남편 아브람에게 첩으로 준 때는 아브람이 가나안 땅에 거주한 지 십 년 후였더라 아브람이 하갈과 동침하였더니 하갈이 임신하매 그가 자기의 임신함을 알고 그의 여주인을 멸시한지라 사래가 아브람에게 이르되 내가 받는 모욕은 당신이 받아야 옳도다 내가 나의 여종을 당신의 품에 두었거늘 그가 자기의 임신함을 알고 나를 멸시하니 당신과 나 사이에 여호와께서 판단하시기를 원하노라 아브람..

리뷰/성경 2021.07.19

아브라함의 이야기(1), 창세기 13:1-9

한 방향으로 달려가던 사람이 곧바로 몸을 틀어 반대방향으로 달려가는 데엔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달려온 길이 옳지 않았다는 판단이 있어야하고 과거의 내가 애썼던 모든 노력을 무위로 돌릴만큼의 확신이 있어야한다. 힘차게 달려온만큼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야 원점이 나타나고 그 후에야 원하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테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터닝포인트라는 판단이 들더라도 사용한 시간, 노력 그리고 애썼던 자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어 달리던 길을 계속 달려가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많을수록, 경험이 많을수록 핸들을 돌리는 일은 어려운데, 그만큼이나 오래고 먼 길을 이미 달려왔기에 남은 시간 동안 지금까지의 노력들을 상쇄할 수 있으리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이 때부터 그 사람은 ..

리뷰/성경 2021.06.21

달러구트 꿈백화점, 예지몽과 예정

“네가 생각하는 대단한 미래는 여기에 없단다. 즐거운 현재, 오늘 밤의 꿈들이 있을 뿐이지.” 달러구트 꿈백화점은 꿈을 파는 백화점을 그린 소설이다. 책은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진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꿈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환상적인 소재이고 명확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보니 책은 충분히 환상적이면서도 그럴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게다가 책에는 작가가 꿈을 인지하는 뇌과학을 꽤 오랜 기간 동안 들여다본 흔적들이 종종 보인다. 위의 문장은 달러구트 꿈백화점 이야기 중 ‘예지몽’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온다. 꿈백화점의 주인인 달러구트는 비싼 꿈 중 하나인 ‘예지몽’을 판매한다. 그런데, 이 ‘예지몽’을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다. 미래를 알고 그 미래에 의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이 꿈을 팔지 않고 현실을 충실..

리뷰/책 2021.04.17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있나요?, 요 20:27-28

“네 손가락을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말고 믿는 자가 되라” εἶτα λέγει τῷ Θωμᾷ· φέρε τὸν δάκτυλόν σου ὧδε καὶ ἴδε τὰς χεῖράς μου καὶ φέρε τὴν χεῖρά σου καὶ βάλε εἰς τὴν πλευράν μου, καὶ μὴ γίνου ἄπιστος ἀλλὰ πιστός “도마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ἀπεκρίθη Θωμᾶς καὶ εἶπεν αὐτῷ· ὁ κύριός μου καὶ ὁ θεός μου. 요한복음 20장 27-28절 ΚΑΤΑ ΙΩΑΝΝΗΝ 20:27-28 무언가를 믿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다. 큰 돈을 투자할 때 아무런 근..

리뷰/성경 2021.03.07

예정론과 닥터스트레인지

기독교에는 예정론이라는 재미있는 개념이 있습니다. "너의 이름은"에 등장하는 운명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좁게 해석하면, "구원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정해져있다." 정도로이지만, 넓게 해석하면 "세상의 모든 것은 이미 결정되어있다. 심지어 너가 이 글을 볼 것이라는 것까지"라고 말해집니다. 바로 이 예정론이 교파들간의 가장 큰 차이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이 전지전능하다는 관점에서 이해한다면 "신"은 모든 것을(미래의 일이나 인간의 행동) 아는 존재여야합니다. 그 말은 인간의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 경우 "죄"와 "구원의 탈락"에 대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미 결정된 세계를 살아가는 개인의 "죄"는 어떻게 증명될 수 있느냐, 또 그 "죄"를 어떻게 물을 수 있느냐는 "공평함"의 문제가 발생..

리뷰/영화 2021.01.21

야곱, 인생의 치열함과 허무함 속에서

야곱의 모든 사람들은 루스로 갔습니다. 루스는 벧엘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가나안 땅에 있습니다. 그 곳에서 야곱은 제단을 쌓고 그 곳의 이름을 엘벧엘이라고 지었습니다. 야곱이 자기 형 에서를 피해 도망칠 때 하나님께서 그 곳에서 자기에게 나타나셨기 때문입니다. 창세기 35장 6-7절, 쉬운성경 누구든 불확실성 속에서 인생을 살아간다. 애초에 태어나기를 계획하고 태어나거나 어떤 의지를 갖고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철학자는 인간을 "세상 속에 던져진 존재"라 하더라.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마주하며 인생을 지난다. 인생이라는 터널을 지날 때 갖게되는 존재자의 불안이란게 있다. 존재는 비존재가 되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노력, 계속해서 살아 있기 위한 노력은 경제적인 발..

리뷰/성경 2020.11.21

스탠리 하우어워스, 교회의 정치학

세상에서 정치적 기구로서의 교화는 어떠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책. 정치적이라는 단어에 당황하지 말자. 세상 속에서 어떠한 역할이나 존재로 숨쉬는 것에서 정치를 소거할 수는 없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정치적이며 모든 말도 정치적이다. 따라서 이 책은 세상에서의 교회의 현재 위치를 설명하며 어떤 위치와 역할을 맡아야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교회의 공적영역에 관심이 많은 요즘 관련하여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아래는 특별히 공감갔던 구절#교회의정치학 “우리는 교회의 자유란 종교의 자유의 특정한 예와 다름없자는 전제를 받아들여 그 둘을 혼동한다. 따라서 우리는 관용적이게 되고 우리의 신념이 사적 영역으로 후퇴하는 것을 허용한다.” 101p 언제부턴가 교회는 국가, 혹은 사회로부터 욕먹지 않는 것을 행동의 기준으로..

리뷰/책 2020.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