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자기 자신과 화해하세요, 오은영의 화해



#오은영의화해
“세상에는 정말 많은 ‘해야 한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연령별로 모두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 ‘해야 한다’를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왠지 대열에서 낙오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자꾸 조급해집니다. 더 열심히 더 잘하기 위해서 나를, 주변 사람을 채찍질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해야 한다’가 죄책감까지 자극하는 것이 바로 육아에요. 이걸 못하면 아이가 잘못될 것 같고,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는 것 같아서 불안해집니다.”
오은영, 오은영의 화해
세상에는 수많은 ‘해야할 것’들이 있다. 그 나이라면 수학은 이정도 해야하고, 영어는 이정도 해야한다. 고등학생이라면 모름지기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 힘써야하고, 대학생은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적어도 인스타그램에 나온 핫플레이스엔 가봐야하고, 여행지에도 반드시 다녀와야한다. 좋은 신랑 신부가 되기 위해서는 재산이 얼마가 있어야하고, 결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정도가 필요하다. 연봉이 이정도는 되어야하고, 차는 이런걸 타야한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집은 수도권에 있어야하고, 아이를 낳으려면 이정도 준비는 해야한다. 그리고 다시 도돌이표.
많은 성도들이 신앙과 삶을 고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회에서 이야기하는 것들, 교회에서 권하는 일들을 하기엔 세상이 말하는 ‘해야할 일’들을 하기에도 시간도 몸도 부족하기 때문에. 소도 키워야하고, 시집장가 가야해서 주님이 준비한 파티에 참여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불쌍한 사람들이 오버랩된다.
그렇게 ‘해야할 것’들을 완수하지 못한 사람들은 인생의 패배자로 열패감을 경험한다. 그렇게 ‘해야할 것’들을 완수한 사람들도 승리자의 기분은 아주 잠시간 지속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들은 이 잠시간 지속되는 승리감이 영원하다고 거짓말한다. 승리감을 고양하기 위해 ‘해야할 것’을 세상에 전하면서 심지어는 이 ‘해야할 것’을 하지 않는 경우, 여러가지 방법으로 폭력을 행사하기도한다. 공부하지 않는 아이에게 체벌을,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조롱을, 임대주택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사회적인 폭력을 가하면서, 자신들이 규정한 승리를 즐긴다. 불쌍한 사람들이다. 정말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알지 못하니, 이들의 인생은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해야할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인생을 단 한번도 즐기지 못한 이들의 인생은 열등감과 우월감으로 충만하다.
유대인들이 그랬다. 종교적인 것들로 ‘해야할 것’들을 만들고, 스스로의 우월감을 경험할 뿐 아니라 이 ‘해야할 것’으로 사회구조를 만들어 ‘해야할 것’을 지키는 사람들은 실제로 먹을 수 있지만,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은 먹고 살 수 없는 사회를 만들었다. 그들은 그걸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하나님은 두려운 분이라고 생각했다. ‘해야할 것’을 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이 심판할거라고.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사람은 ‘해야할 것’을 해내는 데 항상 실패한다.
그래서 천사가 찾아올 때마다, 하나님을 마주할 때마다 그들이 겪는 감정은 ‘두려움’. ‘해야할 것’을 하는 데 실패한 사람은 벌을 받을 수 밖에 없기에, 얻어 맞을 수 밖에 없다 생각했기에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그러나 언제나 천사는, 예수님은,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말라”
세상의 거짓말에 지치고, 하나님마저도 두렵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말씀하신다. 애초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해야할 일’에 대해서 말씀하신게 아니기 때문이다.
십계명이 해야할 일이 아닌 ‘하지말 것’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씀은 하지 말아야할 것들을 말한다. 세상에 ‘해야할 것’은 없다. 생명은 저절로 피어나서 자연스레 무언가를 하고 있을테니까. 하나님께서 그에게 맡긴 일을 하게 될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십계명은 ‘하지말 것’을 이야기한다. 덕분에 하나님의 자녀들은 세상이 말하는 거짓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예수님이 앞서 보여주셨기 때문에. 그렇게 살 수 있다.
혹, 세상에 정말로 해야할 것이 있다면 그건 단 하나 밖에 없다. ‘사랑하는 일’.
오늘 내가 공부하는 일이 사랑하는 일인가, 오늘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사랑이 되는 일인가, 오늘 내가 하는 말이 사랑의 말인가, 오늘 나의 애씀이 사랑의 표현인가, 그렇다면 무엇이든 하고,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든 멈춰서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