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예정론과 닥터스트레인지

에멀전 2021. 1. 21. 14:04

기독교에는 예정론이라는 재미있는 개념이 있습니다. "너의 이름은"에 등장하는 운명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좁게 해석하면, "구원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정해져있다." 정도로이지만, 넓게 해석하면 "세상의 모든 것은 이미 결정되어있다. 심지어 너가 이 글을 볼 것이라는 것까지"라고 말해집니다. 바로 이 예정론이 교파들간의 가장 큰 차이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이 전지전능하다는 관점에서 이해한다면 "신"은 모든 것을(미래의 일이나 인간의 행동) 아는 존재여야합니다. 그 말은 인간의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 경우 "죄"와 "구원의 탈락"에 대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미 결정된 세계를 살아가는 개인의 "죄"는 어떻게 증명될 수 있느냐, 또 그 "죄"를 어떻게 물을 수 있느냐는 "공평함"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반대로 인간의 미래를 신이 알 수 없고 열려 있다고 한다면 신의 전지전능성에 오류가 생기게됩니다.  이 지점에서 진보적인 기독교는 후자의 해석을(신이 알지 않기로 작정했다..라거나), 보수적인 기독교는 칼뱅선생이 말한 전자의 해석을 선호합니다. 다만, 그 미래가 인간에게 알려지지 않았기에 "전도의 의무"는 여전하며, 죄를 짓는 것 또한 개인의 선택의 결과라 표현합니다. 

 

이걸 정말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게 "어벤저스" 영화였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1400만개의 미래를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단 한가지 미래, 승리 가능한 단 한가지 미래를 봤다고합니다. 그 미래는 아이언맨의 희생이었죠. 이 지점이 어벤져스가 그려낸 가장 완벽한 성경의 오마쥬라 생각합니다. 타노스 = 악, 아이언맨=예수로 대입해보면 악으로 인해 절멸의 상황에 빠진 인류를 단 하나의 미래인 예수의 죽음으로 해소해냈듯이 타노스의 위협을 아이언민의 희생으로 해소해 낸거죠.

 

자 그러면 다시 하나님의 관점에서 이런 미래를 모르고 있었냐면 그건 아니었을겁니다. 스트레인지가 미래를 모두 보고 온 것처럼 "신"은 특정가능한 한줄기의 미래가 아닌 모든 미래의 경우의 수를 연산해두었다고 표현하는게 맞겠지요. 물론 이 해석에도 이론적인 문제가 존재하지만, 이 이상 쉽게 설명해내기도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럼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인류의 미래를 연산해내는 것만으로는 존재로는 "신"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마블을 다시한번 대입하자면 모든 상황들을 예지할 수 있는 닥터스트레인지가 "신"의 포지션에 있지 않은 것과 같지요. 단지 타임스톤을 가졌을 뿐, 오히려 어찌보면 타노스가 "신"의 포지션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건틀릿을 완성한 타노스조차도 (데스와 친하지만) 소멸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 자신이 시간을 초월한게 아니라 지녔던 타임스톤이 시간을 초월할 수 있는 힘을 줬기 때문이죠. 네, 인간은 물리적인 공간 내에 존재합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한정된 역사 위에 잠시간 존재하는거죠. 인간에게 '시간'과 '공간'은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24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간은 시공간이라는 제한성 때문에 한계가 주어집니다. 이 때문에 시간을 초월해있는 타노스나 닥터스트레인지의 능력이 초월적이어보이는거죠. 

 

정리하자면, 신의 조건 중 하나는 시간의 초월자입니다. 신학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있는데, 인간의 눈에 선분이 한눈에 보이는 반면 개미가 책을 선분을 따라 걸을 때는 그 선분의 끝을 그 즉시 알 수 없고 지나가 봐야 알 수 있는것처럼, 인간 역시도 시간을 지나가봐야 그 시간이 어땠는지 인생이 어땠는지를 알 수 있다는겁니다. 

 

그러나 신은 그렇지 않습니다. 마블 세계관에서도 시간은 절대적인게 아니듯이(공간마저도.. 평행우주를 그려내버리니) 세상도 그렇다는거죠. 신은 반드시 시간을 초월해 있어야합니다. 무슨말이냐면 우리가 2차원의 도형을 한눈에 보는 것처럼 신은 다른 차원의 존재이니(그래야 창조가 가능하니) 우리는 보지못하는 "시공간"이라는 요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존재여야한다는거죠. 

 

그러면 마블 세계관에서 정말로 신의 위치에 있는 존재는 누구일까요? 맞습니다. 바로 "원 어보브 올"로 등장하는, 작가 스탠 리입니다. 스탠리는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존재로 존재합니다. 그러면서도 성육신한 지쟈스처럼 종종 작품에(영화에도) 등장하죠. 마블 세계의 모든 것 중에 스탠리가 생각하지 못한건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스탠리는 모든 것을 "예정했다"라고 말할 수 있겠죠. 타노스의 일뿐만아니라 스트레인지의 미래예지, 아이언맨의 핑거스냅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계획해두었을 겁니다. 

 

자, 그러면 마블에 사후세계가 있다고 합시다. 타노스는 지옥에 갈까요 아니면 천국에 갈까요? 

 

정답은 뭐 스탠리만 알겠죠